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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대 문명과 황금의 상징성
인류는 오래전부터 황금을 단순한 장신구가 아닌 권력과 신성의 상징으로 여겨왔다. 이집트의 파라오는 무덤 안을 순금으로 채웠고, 마야 문명과 잉카 제국은 태양의 금이라 불렀다. 고대 금 자산은 단순한 재물이 아닌 통치자의 권위를 상징하는 매개체였다.
바빌로니아와 페르시아 제국은 금으로 거래 기준을 삼았고, 이는 화폐의 전신이 되었다. 이처럼 고대에서 금은 실물 자산 그 이상으로, 신화와 정치, 경제의 중심에 있었다.
2. 로마 제국과 황금의 전략적 활용
로마 제국의 경제는 금을 중심으로 구축되었다. 아우레우스(Aureus)라는 금화는 귀족 간의 거래와 군대 급여 지급에 사용되었으며, 로마는 제국 내 광산과 정복지를 통해 지속적인 금 확보에 힘썼다. 이는 단순한 화폐 유통을 넘어, 제국 확장의 전략이었다. 금의 흐름을 통제한 로마는 그만큼 군사력과 행정력을 효율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으며, 황금 자산의 제국 정치적 활용이 드러나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3. 중세의 황금 열풍과 신대륙의 금
중세 유럽에서 금은 희귀 자원이었고, 이슬람 세계나 아프리카 말리 제국과의 무역을 통해 금을 수입해야 했다. 만사 무사(Mansa Musa)가 이끄는 말리 제국은 서아프리카 금 무역의 중심지로, 그의 순례 중 뿌려진 황금은 이집트의 물가를 수년간 교란시킬 정도였다. 15세기 이후 유럽 열강은 아메리카로 진출하며 신대륙 금 확보에 혈안이 되었다. 에스파냐는 잉카와 아즈텍을 정복하고 대량의 금을 본국으로 반입하며 부흥기를 맞았지만, 동시에 황금 인플레이션이라는 역풍도 함께 겪게 된다.
4. 근대 금본위제와 황금의 새로운 역할
19세기 들어 금본위제(Gold Standard)가 도입되면서 황금은 국가 신용을 뒷받침하는 기축 자산이 되었다.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각국은 금 보유량을 기반으로 화폐를 발행했으며, 이는 국제무역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함께 금본위제는 서서히 붕괴되었고, 현대의 금융 시스템은 불환지폐(Fiat Currency)로 전환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은 여전히 위기 자산, 인플레이션 방어 자산, 중앙은행 보유 자산으로서 세계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 세계사를 움직인 자산 시리즈
- 현재 글: 황금의 제국들 – 고대부터 근대까지 금의 정치학
- [2편] 소금, 후추, 차 – 식재료가 만든 무역 전쟁
- [3편] 향신료 루트에서 실리콘밸리까지 – 자원의 권력
- [4편] 조개껍데기에서 비트코인까지 – 화폐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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