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움직인 자산 시리즈" [3편] 향신료 루트에서 실리콘밸리까지 : 자원의 권력

2025. 5. 23.

by. JJ-think

1. 향신료 루트와 자원의 지정학

고대와 중세의 국제 정치와 경제를 움직인 핵심은 바로 향신료 루트였다. 인도양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향신료 교역은 단순한 식재료의 이동을 넘어서, 자원을 통제하는 자가 권력을 가진다는 공식을 만들어냈다. 유럽의 항해왕국들이 인도 항로를 차지하려던 경쟁, 오스만 제국이 육상 무역을 독점했던 구조 모두 자원 지정학의 전형적인 사례였다. 향신료는 금과 은 못지않은 전략 자원이었고, 이를 지배하기 위한 국제적 갈등은 수 세기 동안 지속되었다.

2. 산업혁명과 새로운 자원 전쟁의 시작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세계 자원의 중심은 식재료에서 석탄, 철광석, 석유로 이동했다. 영국은 풍부한 석탄 자원을 바탕으로 기계 문명을 시작했으며, 이후 자원 기반 산업국가들이 세계 경제의 패권을 나눠 갖기 시작했다. 20세기 들어 석유 자원은 가장 중요한 글로벌 자산이 되었고, 중동을 둘러싼 전쟁과 외교는 모두 자원 확보와 통제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여기서도 자원은 무기였고,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 곧 국가의 생존 전략이 되었다.

3. 테크 시대의 자원: 희토류와 반도체

21세기에 들어서며 자원의 개념은 다시 한 번 변화를 맞는다.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디지털 자산과 기술 자원이 글로벌 권력의 중심이 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희토류(Rare Earth Elements)와 반도체다. 스마트폰, 전기차, 인공지능 서버에 들어가는 필수 자원들이며, 이를 생산·가공·수출하는 국가가 경제 패권을 지배하게 되었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전쟁도 결국은 이러한 테크 자원의 공급망을 둘러싼 신자원 전쟁으로 해석할 수 있다.

4. 자원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된다

고대에는 향신료, 중세에는 금과 소금, 산업혁명기에는 석탄과 철, 지금은 반도체와 데이터. 세계사는 늘 자원을 확보하고 통제하려는 세력의 충돌로 움직였다. 과거에는 실크로드와 해상무역로를 장악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공급망 관리와 기술 인프라 확보가 핵심 과제가 되었다. 국가 간의 충돌 양상은 바뀌었지만, 자원의 권력을 둘러싼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향신료 루트에서 실리콘밸리까지 이어지는 이 흐름은 앞으로도 세계사와 경제의 방향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